도루묵 유래: 선조의 생선, 말짱 도루묵이 된 사연은?
‘말짱 도루묵’이라는 표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기대한 결과가 아무런 소득 없이 헛되게 끝났을 때 “이거 완전 도루묵이야”라고 하죠. 그런데 이 표현, 그냥 재미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조선 시대 실존했던 역사적 일화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이 말에 담긴 도루묵의 유래를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도루묵은 원래 ‘묵’이었다
도루묵은 겨울철 동해안에서 흔히 잡히는 생선으로, 몸집은 작지만 뱃속에 꽉 찬 알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구워 먹으면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며, 국물 요리나 찜으로도 활용됩니다.
하지만 이 생선의 이름은 본래 ‘묵(목어, 木魚)’이었습니다. ‘묵’이라는 단어는 너무 평범해 보였지만, 조선 시대에는 이 생선의 이름이 바뀌는 계기가 생깁니다.
선조의 피난길, 그리고 ‘묵’의 이름 변경
조선 중기, 임진왜란이 발발하면서 선조는 급하게 평양을 떠나 의주로 피난을 갑니다.
당시 피난길에서 지방 관리가 올린 음식을 먹던 선조는 한 가지 생선 요리의 맛에 반하게 됩니다.
그 생선은 바로 ‘묵’이었죠. 선조는 그 맛에 감탄하며 말합니다.
“이토록 맛있는 생선을 그냥 ‘묵’이라니 이름이 너무 성의 없구나. 이제부터는 이 생선을 ‘도로 묵’이라 부르도록 하라.”
‘묵’이란 이름 앞에 ‘도로(돌아올 도, 다시 도)’를 붙여 ‘도로묵’, 즉 **‘도루묵’**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탄생한 것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도루묵은 다시 묵으로…
하지만 임진왜란이 끝나고 선조가 한양으로 돌아온 뒤, 다시 그 생선을 먹게 된 어느 날…
그 맛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기대했던 고소함이나 감칠맛은 온데간데없고, 밋밋하고 시큰둥한 맛이 입 안에 남았습니다. 이에 실망한 선조는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에잇, 다시 도로 묵이 되었구나. 말짱 도루묵이네.”
이 표현에서 **‘말짱 도루묵’**이라는 관용구가 탄생한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가 어떤 결과가 허무하게 끝났을 때 “말짱 도루묵이네”라고 말하는 그 유래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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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이 상징하는 삶의 아이러니
이 유래에는 단순히 생선 이름의 변화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과 관심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사물, 그리고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풍자하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한때는 임금이 칭찬했던 귀한 음식이…
- 시간이 흐르자 다시 평범한 생선으로 격하되고,
-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더 크다는 인생의 교훈까지 남긴 것이죠.
도루묵의 유래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풍자와 교훈의 산물입니다.
지금의 도루묵은 어떤 생선일까?
현재 우리가 먹는 도루묵은 여전히 겨울철 대표 생선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11월~1월 사이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며, 특히 도루묵 찜, 도루묵 구이, 도루묵 조림은 지역 맛집의 인기 메뉴입니다.
알이 꽉 찬 도루묵은 씹는 맛이 뛰어나고, 별다른 양념 없이도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강릉, 속초 등지에서는 도루묵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면 일부러 찾아 먹는 생선이기도 하죠.
정리하며: 도루묵, 그저 생선이 아니었다
‘도루묵’이라는 단어에는 조선 선조의 한마디와 함께, 시간이 흐르면 가치도 바뀐다는 삶의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말짱 도루묵”은 단순한 좌절의 표현이 아니라,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받아들이는 담담한 어른들의 언어일지도 모릅니다.
겨울 바람이 차가운 이 계절, 따뜻한 도루묵 찜 한 접시와 함께, 그 유래에 담긴 이야기를 곱씹어보는 건 어떨까요?

